세번째 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씨리얼 #글쓰기 #퇴사
32살의 중반을 넘어선 나는, 총 세곳의 회사를 다녔다. 그리고 그 중 세번째 회사의 퇴사를 앞두고 있다.
갓 1년을 넘긴 이 곳에서의 퇴사까지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
일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힘들었다. 내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나의 모든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대표와 그들 아래 머리를 조아리는 힘없는 임원진, 나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는 상사. 나쁜 삼박자가 쿵짝이며 잘 맞아떨어지는 동안, 때로는 지쳤고 때로는 악에 받쳤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하필 딱 오늘, 장장 8개월을 시달린 조달등록 업무가 최종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계약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맨땅에 헤딩하며, 눈물과 두통으로 물든 나의 지난 노력이 13장의 계약서로 갈음되니 참 허무하기도 했다. 그와중에 대표는 조달영업을 하는 부장님이 고생이 많았다며 박수를 치랜다. 이번에도 나의 성과에 대한 그 어떠한 격려나 보상도 따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여길 떠나기로 마음 먹은 후로 가장 홀가분해졌다.
우리 회사에서 '여자'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업무 능력이 뛰어나도, 남직원들보다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일에 몰두해도,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우리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무시당한다.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니가 하는 일이 뭔데" 이다. 그러면서 커피는 왜 꼭 우리보고 타오래? 진짜 웃겨.
한달의 시간을 주고 퇴사를 이야기했다. 나는 얼른 인수인계 해줄 후임자를 뽑아줬으면 좋겠는데, 나만 급했나보다. 차일피일 미루더니, 퇴사를 2주 가량 남겨둔 오늘에서야 최종 후임자 두명이 결정됐다. 아 이것도 웃기다. 나혼자 하던 일을, 두명으로 나누어서 시키겠단다. 나를 갈고 갈아서 일을 시킬 땐 언제고, 이건 두사람 몫의 일이였나보다.
어쨌든, 두 명을 뽑았고 그들은 곧 출근 예정이다. 나는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인수인계를 해줄 생각이다. 퇴사 후엔 이 회사에서 걸려오는 그 어떤 전화도 받지 않을 작정이기 때문이다. 번호도 안지울거다. 혹시나 실수로 받으면 곤란하니깐.
남은 2주동안 별 탈없길 바라며, 오늘의 주절주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