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용기가 없어서 주저하는 일
#씨리얼
나는 참 규칙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규칙과 규율을 정해준다면, 맘에 들지 않아도 지키려 노력한다. 그래서 허튼 길로 잘 빠지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참 고리타분한 사람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사람들을 볼때면 한껏 부러운 마음이 부풀어 오르지만 나는 여전히 정해진 노선으로만 달린다.
나의 MBTI는 ESTJ이다. 내 생각에 난 그다지 계획적이지도, 철두철미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다만 남들보다 철저히 규칙을 지키려는 마음 때문에 계획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시간을 엄수하는 일, 약속을 지키는 일, 플랜B를 생각하는 일 등이 어쩌면 모두 계획 하에 가능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인생을 그다지 계획적으로 살지는 않았다. 어쩌면 흘러가는대로 살았다는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인생은 어디선가 튀어 나오는 다양한 변수들 때문에 절대 계획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내가 계획을 하고 실천을 한다고 한들, 예상치 못한 변수 하나에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했다. 글로 적고보니 꽤나 비관적인 생각고리로 묶여있는 것 같다.
그런 인생에 갑자기 큰 계획들이 생겼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반, 졸업한 해에 치뤄야할 국가고시. 나는 이것만으로도 시간이 가득차 걱정이 태산같은데, 결혼을 하고나니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계획을 세우지않고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바로 가족계획이다. 나는 분명 엄마가 되길 원한다. 그러나 아직 내 삶에 대한 용기가 부족하여 주저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남편과 가족계획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내 진로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 그 계획을 실천할 수 있다고생각한다. 나는 아직 너무나 미성숙하고 부족함이 많아 걱정이 된다. 속시끄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