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돌이켜보면, 끊임없이 정리하고 정돈한다.
출근 준비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린다. 바닥에 널부러진 길쭉한 머리칼들은 청소기로 후루룩 치운다. 젖은 수건은 빨래통에 던져 놓지 않는 것이 나의 원칙 중 하나이다. 똘똘 뭉쳐진 젖은 수건은 쉰내의 주범이다. 화장실 손잡이에 걸어놓거나, 넓게 펼쳐선 그냥 말린다. 신발장 겸 현관에 쌓아둔 재활용 쓰레기를 덜렁 들고서 내려와 버린다. 가벼운 발걸음으로(그러나 무거운 마음으로) 회사를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회사에 도착해 책상 앞에 앉으면 어제 제멋대로 던져놓고 갔던 서류들이 나를 먼저 반긴다. ‘아 저건 좀 서랍에 넣어두고 갈걸..’ 하는 생각이 드는 서류를 볼때면 낯이 뜨겁다. 가방을 내려놓고 외투를 옷걸이에 건다. 어제 씻어 엎어놓고 간 유리잔을 들고 탕비실로 향한다. 커피머신을 켜고, 제빙기에서 얼음을 꺼내며 모닝커피를 준비한다. 자리로 돌아와 앉아서는 노트북을 켜고 아이패드를 꺼내 오늘 해야할 일을 정리한다.
점심시간은 어쩜 그리도 짧은지, 걸어가서 밥먹고 돌아오면 1시간이 금세 지나가버린다. 누군가는 이 점심시간을 쪼개어 영어를 배우고 중국어를 배우러 다닌다고 한다. 나는 그저 농부의 진심을 들여다보닌 한 끼 식사에 오롯이 시간을 쓰곤 한다. 하루 중 가장 작고 소중한 점심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오전 내내 오후로 미루고 미뤘던 업무들이 책상 위에 가득하다. 식곤증을 날려줄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챙겨마시며 오후 시간을 보낸다.
하루 중 가장 긴박한 1분 1초를 다투는 퇴근시간이다. 오늘은 누가 금메달을 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내가 금메달리스트다. ‘모두들 내 뒤를 따르라’는 심정으로 퇴근체크를 누르고 꾸벅 인사를 하고 회사를 나선다. 퇴근길 아빠에게 전화를 하며 서둘러 아늑한 나의 집으로 간다.
퇴근 후 마주한 작고 작고 작은 나의 자취방은 엉망이다. 빨래는 언제 정리하고, 동서남북으로 벗어던진 옷들은 언제 치우지. 아침에 청소기를 돌렸는데 왜 여기 머리카락이 또 있지. 침대도 정리하고 나갔는데 왜 지저분하지. 정말 많다. 나의 노동력은 회사에서 탕진하고 왔는데 집으로 다시 출근한 기분을 만끽한다. 그래도 한다, 안하고 버텨봤자 어차피 내가 해야할 일이니깐.
청소를 하고 난 후에 마주한 집은 반짝반짝 빛나진 않아도 제법 깔끔하다. 잘 정리정돈 된 것을 보고 있노라면 괜시리 안정감이 몰려온다. 어지르지 말아야지 하는 부질없는 다짐을 하며 또 어지르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며 산다. 그래 뭐라도 정리하면 된거지. 10분만이라도 깨끗하게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