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빗소리를 좋아하지만, 비를 싫어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두단어의 조합, “비오는 월요일”
아이러니하게도 잠잘 때 수면유도를 위해 틀어놓는 “빗소리”를 좋아하면서도, 막상 내가 활동할 때 후두둑 떨어지는 비는 싫어한다. 축축하고 꿉꿉한 그 느낌이 너무 감당할 수 없이 불편하다. 그런데 시원한 에어컨 아래 누워 바스락 거리는 겨울 이불을 덮고 듣는 창 밖의 빗소리는 좋아한다. 사람이 참 이렇게 일관성이 없다.
월요일은 모든 직장인들에게 악마의 요일이겠지. 소중한 주말은 어쩜 그리도 짧고, 월요일이 돌아오는 속도는 어쩜 그리도 빠른지 모르겠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평소 8시 30분까지 출근인데, 월요일은 8시까지 출근이다. 퇴근은 저녁 7시이다. 11시간을 회사에 묶인채 보내야하는 월요일은 가장 힘들고 피곤한 날이다.
이번주 월요일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비오는 월요일”이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쏟아지는 빗 속을 뚫고 회사 도착하니 뽀송한 에어콘이 나를 반겼다. 축축히 젖은 옷들은 에어컨 아래 금세 빠짝 말랐고 축축하던 모든 것들이 뽀송해졌다, 기분만 빼고.
오늘은 비오는 수요일이다. 남부지방은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지하철 역 계단을 타고 폭포수가 흘러내리고,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발만 동동 거리고 있었다. 하필 출근길에 쏟아진 엄청난 폭우에, 계단을 나서자마자 순식간에 젖어든 청바지는 회사에 도착했을 때 짙은 청색이 되어있었다. 비가 어찌나 세차게 오던지 꽤 두꺼운 내 우산을 뚫고 머리 위를 조금씩 파고들었다. 회사에 도착하니 어느새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고 말았다. 물론 10분만에 또 뽀송해진 기분이 들었지만.
쏟아지던 비는 사실 복선이었던걸까. 오전부터 퇴근 때까지, 예상에 없던 업무요청이 쏟아졌다. 야근을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내일의 나에게 화이팅을 외치며 퇴근을 했다. 퇴근길에는 적당한 비가 내렸는데, 아침에 경험한 폭우 때문인지 잔잔한 비가 마냥 고마웠다.
다음주까지 비소식으로 꽉찬 날씨예보를 보니 벌써 축축하고 꿉꿉하지만, 오늘은 수요일이고 곧 주말이 오니깐 힘을 내본다. 얼른 햇살 좋은, 기분 좋은 날씨가 돌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