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입니다

언제가 시작이였는지는 모르겠다. 누구나 여러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지만, 가끔은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집에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 친구들 속에서의 나, 연인과 함께 있을 때의 나, 혼자일 때의 나까지 일일이 꼽아보자니 모두 다른 모습이다. 요즘 들어 특히 괴리감을 느끼는 ‘나’는 직장에서의 모습이다. 동료들과 트러블 없이 잘 지내고 싶고, 업무적으로도 칼같이 맺고 끊음을 잘하고 싶으면서도, 미움받길 원하지 않고, 좋은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때로는 원하지 않는 범위의 업무를 지원하거나 (나 스스로가) 모멸감을 느끼는 말을 들으면서도 꾸역꾸역 내자리를 지켜낸다. 싫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웃고, 억지로 농담을 해가며 ‘착한사람병’에 걸린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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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직급자 사이에 끼어서 일을 하게되었는데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나중에 일이 어그러지기라도 하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 위해서 나한테만 모든 일을 던지는걸 받아내며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러다 결국 탈이 나고야 말았다. 일요일 새벽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결국 급히 병가를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카톡으로 알릴까 전화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를 했고, 몸상태 설명과 병가를 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들은 첫마디, “하...” 깊은 한숨. 고열과 구토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 순간 몸보다 아팠던건 마음이었다. 내가 몸을 혹사시켜가며 굳이 왜 그 일들을 처리해냈을까 하는 후회와 뭔가 모를 서운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든 생각, 나 스트레스 때문에 이렇게 무너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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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나의 스트레스를 작고 가벼운 투정으로 여기지만, 나는 내면적으로 극렬한 전투를 치루고 있었다. 지금은 조금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을만큼 튼튼한 어른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