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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잘랐다씨리얼 2021. 7. 7. 23:39
#씨리얼 항상 긴머리를 유지해왔던 나는, 단발머리가 어색하면서도 늘 해보고 싶은 머리였다. 20대 중반에 아주 잠깐 단발머리 시절이 있었지만, 유지하기보단 또 금세 긴머리가 되었다. 난 머리카락이 남들에 비해 참 빨리 자라는 편이고, 미용실은 1년에 한번 갈까말까할 정도로 헤어에 관심도 없는 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생머리, 참머리로 곱슬기 하나 없이 매직으로 편것 마냥 부들부들 쫙쫙 뻗은 모질을 가졌다. 아 그 덕에 펌의 효과가 남들보다 확연히 덜 난다. 어쨌든, 오랜시간 유지해온 머리칼을 싹둑 단발로 자르고 싶은 마음은 결혼을 3개월쯤 앞뒀던 때였다. 모두가 말렸다. 긴머리여야 할 수 있는 스타일링이 많고, 신부 느낌이 나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참았다. 결혼식을 올리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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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백신을 맞았다씨리얼 2021. 6. 16. 23:21
#씨리얼 코로나 시대가 어느새 1년 반쯤 되었다. 시간이 어쩜 이리도 빨리 흐르는지, 속절없이 흘러보낸 2020년이 엊그제 같기만 하다. 타인과 한 공간에서 숨만 쉬어도 감염될것 같았던 초기의 코로나 상황에서, 이제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수가 나날이 증가함을 지켜보는 상황까지 왔다. 대학원 수업을 함께 듣는 선생님들 중 대다수가 의료계 종사자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초기에 하는걸 곁에서 지켜만 봤다. 그다음은 60세를 넘긴 아빠와 큰아버지, 큰엄마를 지켜봤다. 80이 넘은 외할머니의 화이자 접종은 무려 2차까지 모두 끝이났다. 30대인 나와 남편, 친구들은 언제 올지 모를 백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중에 하나둘씩 잔여백신을 맞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을 잔여백신 잡기에 돌입했던 나는 매일 10여개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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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나의 달씨리얼 2021. 5. 19. 23:22
#씨리얼 5월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한다. 적당히 시원한 날씨와 푸른 하늘이 보장되는 달이다. 더불어 가정의 달이는 별명이 있을만큼 가족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가 많은 달이다. 5월은 누구나 좋아하는 달이다. 나는 5월에 태어났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탓에, 사람들은 기분이 좋았을테고, 평소보다 더 큰 축복을 주었으리라 짐작한다. 이 좋은 날 태어난 나는, 5월은 나의 달이라 여기며 행복한 한달의 만끽해왔다. 이번 해에도 어김없이, 내게 5월은 1년 중 가장 행복한 달이자, 나의 달 이다. 생일을 안챙겨도 무색할 나이가 되었다지만, 난 여전히 생일을 챙기고 싶고 많은 축하를 받고 싶어한다는걸 명확히 알고 있다. 매일을 축제와 같은 기분으로 보내는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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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밖의 세상은 살만한가요?씨리얼 2021. 3. 17. 17:58
#씨리얼 두발로 뛰어다닐 때쯤이면 우리는 모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갔다. 부모의 곁을 떠나 새로운 사회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이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난 7살, 두세달 뒤 8살이 되는 이 시점에 정규교육과정의 시작과 마주한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도합 12년의 정규 고등교육을 마치고 나면,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는 20살 갓난아이를 이제는 더 혹독한 사회로 내보낸다. 대학생이 될수도, 직장인이 될수도 있다. 청소년 혹은 미성년자라는 울타리 속에 보호받던 시절이 끝나고 성인이라는 두 글자로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있는 현실을 마주한다. 지난 20년 세월을 방 안에 꽁꽁 갇혀서 살아온 것도 아닌데, 우리는 20살을 기점으로 정말 자유를 찾은듯 '내 마음대로' 사는 삶에 희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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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씨리얼 2021. 3. 2. 17:06
#씨리얼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관뒀고, 배우자와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24시간을, 일주일을, 한 달, 두 달, 세 달...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가끔은 내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나를 사랑해줄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던 중 신랑이 운영하는 다른 지점에 내 공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책상 하나 덜렁 있고 모든게 텅텅 비어서 너무 낯설었다. 이 넓은 공간을 어떻게 채우지.. 시간이 흘러가면서 책상도 하나 더 늘어나고, 노트북과 모니터, 프린터, 책장과 책, 커피머신, 식물들이 점차 채워지면서 오롯이 내 공간이 되어가는 중이다. 물론 여전히 빈 곳이 더 많아 썰렁한 기분이 들긴하지만. 텅텅 빈 곳에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로웠다. 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