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내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
    씨리얼 2021. 3. 2. 17:06

    #씨리얼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관뒀고, 배우자와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24시간을, 일주일을, 한 달, 두 달, 세 달...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가끔은 내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나를 사랑해줄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던 중 신랑이 운영하는 다른 지점에 내 공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책상 하나 덜렁 있고 모든게 텅텅 비어서 너무 낯설었다. 이 넓은 공간을 어떻게 채우지..

    시간이 흘러가면서 책상도 하나 더 늘어나고,

    노트북과 모니터, 프린터, 책장과 책, 커피머신, 식물들이 점차 채워지면서

    오롯이 내 공간이 되어가는 중이다. 물론 여전히 빈 곳이 더 많아 썰렁한 기분이 들긴하지만.

     

    텅텅 빈 곳에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로웠다. 괜시리 더 춥게만 느껴졌다.

    공부하라고, 하고싶은 일을 하라고 마련해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곳까지 가는게 싫었다.

    12월의 매서운 추위를 핑계삼아 여전히 남편 곁에 붙어있으려 했다.

    그러나 겨울이 가야 봄이 오고, 봄이오면 마음까지 동하기 마련이듯,

    그 공간을 채워 내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더 크고 묵직한 새로운 책상을 주문하고, 혼자 낑낑대며 조립을 했다.

    뒤집어 놓고 조립을 하고선 다시 반듯하게 세우려는데, 이러다 여기 깔려서 죽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잔머리를 굴려 책상을 제대로 뒤집고, 책상을 정리하고 물건을 채우고 나니 

    '아, 여기가 내 공간이 맞구나. 진작에 애정을 가지고 채워줄걸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밀려들었다.

     

    하루 한 잔 이상 커피를 꼭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커피머신을 원했다.

    센터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마시면 되지만, 그건 귀찮고 번거롭고 돈이 아까웠다.

    그렇게 원하고 원하던 커피머신까지 들여놓고 나니, 매일 그 공간에 가고 싶어졌다.

    남편이 일요일에도 사무실에 출근하고 싶어하고, 사무실이 편하다고 말하는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 공간에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위한 것들로 채워져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집은 나에게 휴식을 주고, 센터 속 내 공간은 나에게 열정과 위로를 준다.

    미뤘던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들고, 간혹 지칠 때면 차갑게 내린 커피를 마시며 위로를 받는다.

     

    여전히 빈 공간이 많이 느껴지는 이 곳을, 조금 더 나의 색깔로 채워나가야겠다.

    집이 아닌 곳, 처음으로 연구실이라면 연구실이 될 이 공간이 더욱 더 안락하고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씨리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은 나의 달  (0) 2021.05.19
    프레임 밖의 세상은 살만한가요?  (0) 2021.03.17
    내 삶에 용기가 없어서 주저하는 일  (0) 2021.02.03
    결혼합니다  (0) 2021.01.06
    두번째 인생의 막이 올랐습니다.  (0) 2020.12.1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