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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밖의 세상은 살만한가요?씨리얼 2021. 3. 17. 17:58
#씨리얼
두발로 뛰어다닐 때쯤이면 우리는 모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갔다. 부모의 곁을 떠나 새로운 사회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이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난 7살, 두세달 뒤 8살이 되는 이 시점에 정규교육과정의 시작과 마주한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도합 12년의 정규 고등교육을 마치고 나면,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는 20살 갓난아이를 이제는 더 혹독한 사회로 내보낸다. 대학생이 될수도, 직장인이 될수도 있다. 청소년 혹은 미성년자라는 울타리 속에 보호받던 시절이 끝나고 성인이라는 두 글자로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있는 현실을 마주한다. 지난 20년 세월을 방 안에 꽁꽁 갇혀서 살아온 것도 아닌데, 우리는 20살을 기점으로 정말 자유를 찾은듯 '내 마음대로' 사는 삶에 희열을 느낀다.
대학생이 되었다는 가정 하에, 졸업을 하고 나니 이젠 진짜 사회로 가라고 한다. 그동안 내가 겪은건 그냥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진짜 사회인이 되는건 직장인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경험할때라며 '라떼는 말이야'가 따라붙는다. 어쨌든, 그렇게 사회에 나와 '사회인'이 되었다. 매일 아침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출근하던 '진짜 어른들'의 모습이 마치 커리어우먼과 나이스한 샐러리맨 같아 보이던건 그저 착각이었다는걸 깨달을 때쯤, 우리는 퇴사를 꿈꾸기 시작한다. 그렇게 힘들게 취업전선에서 벗어나 놓곤, 금세 또 사직서를 끄적이며 언제든 달아날 준비를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20살까지의 삶은, 혹은 대학교 졸업을 포함한 20대 중반까지의 삶은 그냥 '정해져'있다. 내가 선택한 것 같아 보이지만, 딱히 그렇다고 내 입김이 들어간 것도 없다. 어쩌면 직장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선택적으로 원서를 제출한 것 같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그 회사가 나를 '뽑아주었기 때문에' 다닐 수 있는 것도 같다. 벌써 내 인생의 3분의 1 정도를 살아낸 것 같은데 그 속에 온전한 내 선택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가끔 들었다. 내 삶이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는 삶. 대신 책임은 내가 져야하는 삶.
성공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틀에서 벗어나세요,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그들의 강연을 접할 때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게도 저런 기회가 올 것만 같은데. 막상 돌아서면 내가 마주한 현실이 갑갑하고, 끝이 보이지 않으며, 도저히 그 틀을 깨는 일을 할만한 용기가 나질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그랬다. 내가 틀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성이 보장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확고하게 '아니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도 없고, 현실에 만족할 자신도 없는 나는 그렇게 다시 그 틀 안에서 그냥저냥 무난하게 살아간다.
나도 언젠가는
프레임 밖의 삶이 안전하지 않더라도 살만하다고, 밖으로 나와볼만 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내가 또다시 프레임 탈출을 꿈꾼다. 안전이 최고이지만, 꼭 최고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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